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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을 돌아보며 흠칫 할 때가 종종 있다
책상 귀퉁이에 가득히 "눈을 돌리지 마라" 고 써 놓고 조금이라도 눈을 돌릴라 치면 움찔하고는 다시 칠판에, 혹은 책상으로 시선을 고정시킨다.
남은 시간이 74일이라는 것과 내 준비가 아직 모자라다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나를 압박한다.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70일 동안 정리하기 충분하다고 말씀하신다.
물론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지김 김송환 선생님의 말을 따르자면 수능 2주 전에는 준비를 끝내야 겠지만. 광복절 날, 처음으로 휴일에 학원을 나오고 나서 어제로 다섯 번째 학원에 갔다. 지난 광복절 날 몇백명이 늘어선 줄을 지나 우리 반 교실에서도 애들이 누구 특강을 들을까 고민하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솔직히 기가 찼었다.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자기가 혼자 심사숙고해서 하는 애들이 더 많겠지만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불안하지 않을까, 싶어서 우루루 따라가 하는 애들이, 혹은 그런 애들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는 학부모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나는 당당하다, 고 되뇌이며 혼자 쭉 공부했었다.
15일이 지난 지금, 난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모의고사 성적은 3월달부터 꾸준히 상승하다가 7월에 한번 바닥을 치고, 이번에 본 8월 중앙 모의고사에서 나름 회복한 상태, 버블이 아닐까, 두렵다. 현역 수험생이었던 작년, 2007년 내 모의고사 성적은 거의 항상 반 탑이었다. 그러다가 수능 때 처참하게 망가졌다.
선생님들께서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신다.
재수생이 재학생에 비해 실력이 월등히 좋지만 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 그것은 대개 작년의 패배 경험에 의한 심리적인 부담과 압박으로 인한 것이다. 라고
나도 그럴까, 재수 시작하면서 이제껏, 아무리 당당하게, 꿋꿋하게 공부해오고 고달픈 생활 버텨왔지만 수능이 제법 성큼 앞으로 다가온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것만 같다.
시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세 배 이상의 내신 공부를 한다는 말이 있다. 고 2 때 화학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시험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불안하지 않을 만큼 공부를 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기에 죽어라 책상에 코를 박고, 쉬는 시간에 애들이 옆에서 떠들건 말건 내 일에만 신경 쓰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번번이 놓쳐서 하루에 두 번 화장실 가고 그런다.
답답하다, 주말에 나와서 공부해보면. 한 자리에 붙박여 공부하는 삼수 형 누나들, 재수 친구들, 완전히 고갈된 체력에 허덕이는 사수 형까지 정말 아등바등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침 일찍 와서 가방만 던져두고 피시방으로 직행해서 학원 문 닫는 시간까지 카오스 삼매경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내 인생 아니니까, 남의 인생이니까 하기에는 , 그래도 그 동안 다 같이 열심히 고생한 사람들이기에 안타깝다.
내 앞가림이나 잘해야지. 사실 이게 맞는 건데. 뭘 그렇게 오지랖 넓게 남을 신경쓸까
정작 남은 아무도 내게 관심 없을 텐데, 그저 무채색의 배경과도 같을 텐데 난
나태해지는 나, 무감각해지는 나, 이건 초연해진 게 아니라 현실에서 도피하고 하는 추악한 발악일 뿐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
적어도
적어도
이건 아니다, 74일 동안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 한다.
절박한 마음을 담아,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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