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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8 09
학원에서 재수 시작한지 176일, 앞으로 수능 시험날까지 96일.
수능만 보고 한결같이 달려왔고 지금까지 종종 힘이 빠지기는 했어도 흔들리는 일 따위 없이 훌륭하게 보내왔다(고 자부한다),
오전 5시 기상. 그래도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아침밥을 먹고 3007번 새벽 첫 차를 타고 학원에 도착해 15시간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어느새 종이 친다. 무거운 발걸음을 떼며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일말의 미련도 없다. 내가 선택해서 시작한 일이고 힘들다고 다른 사람을 붙잡고 징징거리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다. 사실 그 발걸음은 무겁지도 않다. 굳이 말한다면 이제 익숙해져 버린 일상 속에서 의미 없이 공간과 공간을 건너 뛰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눈 앞에 장애물이 보인다는 것은 목표에서 눈을 돌렸다는 뜻이다 -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기껏해야 남들도 하는 거, 내가 원해서 하는 거 열심히 하는 게 뭐가 힘들다고. 비애, 짜증, 무기력 같은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기에는 내 처지가 말이 아니고 사치 부리고 싶지도 않다. 주말에 학원 나와서 공부 하는 둥 마는 둥 플스방 가고 피시방 가고 호프집 가기에는 내 마음은 너무도 조급하다.
그렇다고 조급한 마음에 미친 듯이 공부하다 쓰러지고 결국 컨디션 조절 못해서 그 동안 보낸 6개월을 허사로 돌려 버리는 아마추어 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바보 같은 생각을 이따금씩 한다.
아직도 그 사람 생각을 한다.
다 끝났는데, 나도 환멸을 느껴버렸고 서로 다시는 보고 싶어 하지 않을 텐데
아직도 종종, 술김에 번호를 눌러보다가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화들짝 놀라고는 슬라이드를 닫아 버린다.
몇 년 째일까, 7년째 외우고 있는, 잊혀지지 않는 번호는 왜 이렇게 사람을 미치게 만들까.
96일
작년의 이맘 때 난 뭘 하고 있었을까. 1학기가 지나고 나서 거의 모든 수업이 자습화되고 뒤에 나가서 수업 안 듣고 자습하고 전날 더워서 잠 못 잤다는 핑계로 학교에서 하루 종일 늘어지고, 그거면 다행이었지, 공부한다는 핑계로 친구들 집에 모여서 친구 어머니께서 치킨이나 피자 시켜주시면 그거 먹으면서 수박 겉핡기 식으로 정리하다 결국 30분을 못 넘기고 가방에서 화투짝을 꺼내고는 했다. 한심했다. 고삼 때는 솔직히 아마추어였다. 나나, 내 주변에 있던 거의 모두가. 결국 아마추어가 아니었거나, 아니면 운이 좋았던 몇몇만 원하는, 솔직히 원하지도 않았지만 나름 만족할 수 있었던 그런 대학을 갔고 결국 나머지는 재수, 반수, 편입 준비..
바보 같았던 작년을 떠올리며 자책할 시간도 아깝다.
지김 말씀대로 그동안 공부해 놓은 것을 정리할 시간이 내게는 필요하다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 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더욱 정진하자.
그것만이 살 길이다.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09학번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09학번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09학번
...... 타협은 없다.
by 파우스트 | 2008/08/09 12:28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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